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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멸의 아이돌 #1 : 한승연 of 카라(KARA)
    Feature/불멸의 아이돌 2017. 6. 7.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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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의

    '불멸의 아이돌'은 저에게 있어서는 영원할 아이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종종 객관적일 수 있으나 가급적 주관적것입니다. ;P

    2007년 3월 어느날, 알고 지내던 친구의 친구에게서 네이트온으로 메시지가 왔다. 자신의 친구가 이번에 가수로 데뷔해서 오늘 음원이 나오는데 뮤직비디오도 보고 노래도 들어보라는 내용이었다. TV도 거의 보지 않고 연예인에도 전혀 관심이 없던 당시의 나는 별 생각없이 몇 번의 검색을 거쳐 뮤직비디오를 재생했고, 그 순간 나의 삶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되었다. 이것이 나의 첫 아이돌, 한승연과의 첫 만남이다.

    동년배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앳된 외모와 그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파워풀한 척하는 댄스에 반해 '덕후의 길'로 접어 들게 된 것이다. 카라가 막 데뷔한 10년 전은 흔히 아이돌이라 불리우는 걸그룹이나 보이그룹이 많지도 않았고, 관련된 컨텐츠의 수도 극히 제한적이었다. 바쁜 생활 속에서 틈틈이 인터넷에 올라오는 방송 캡쳐들을 잘 저장했다가, 거추장스러운 케이블을 연결해 휴대폰으로 옮겨 담는 기초적인 덕질을 하며 근근이 삶을 이어갔다.

    카라의 데뷔 초창기는 험난했다. 꾸준한 활동으로 착실히 팬덤을 쌓아 가며 인지도를 넓히는 요즘의 아이돌과 달리, 당시에는 데뷔 이후 큰 반향이 없으면 그대로 사라지는 그룹이 다반사였다. 카라는 8곡이 수록된 1집 앨범 중 방송 활동만 3곡을 했고, 스스로 상업적으로 실패했음을 인정해야 출연 자격을 얻을 수 있는 MBC의 프로그램 '쇼바이벌'에도 출연했지만 딱히 가시적인 성과를 얻을 수는 없었다. 그룹의 인기는 오를 기미가 안 보이고 메인 보컬은 탈퇴했지만, 어떻게든 그룹을 살려보겠다는 의지에서 한승연은 각종 예능에 쉴새없이 등장한다.

    다행히 카라에 새 멤버가 투입되어 5인조가 된 이후에도 그녀에게 주어진 임무는 달라진 것이 없었다. 각종 예능에 등장해 어떻게든 눈에 띄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왜 그렇게 보기 힘들면서도 보고 싶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매주 일요일 아침, 그녀가 출연하는 '육감대결'을 보기 위해 휴일인 일요일에도 알람을 맞추고 때맞춰 일어났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 때 얻은 '소녀가장'이라던가, '한듣보'라던가 하는 별명은 일종의 훈장이자 영광의 상처이다. 

    다행히도 반응은 슬슬 오기 시작했고, 이제는 한승연 뿐만 아니라 모든 멤버들이 각종 예능을 뛰며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그리고 엄청나게 험난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기억과는 다르게, 카라는 데뷔한 지 만 2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최초로 음악 방송 1위를 거머쥔다. 그 이후는 굳이 더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알 거라고 생각한다. (혹시 모른다면 관련글 "카라, 우여곡절 끝에 맞은 데뷔 10주년"(클릭)을 참고하시면 된다.)

    굳이 숨기지 않고 말하자면 그녀에게 빠지게 된 이유는 순전히 외모 때문이다. 원래 진정한 덕후는 실력도 인성도 보지 않고 외모만 보고 입덕하는 거라는 명언을 가슴 깊이 새겨두고 있다. 작은 얼굴에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는 이목구비, 똘망똘망하다가도 웃으면 사라지는 눈, 똑부러진 느낌을 주는 인상은 내가 한승연을 덕질하는 이유의 알파에서 오메가임을 숨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외모 뿐 아니라 그녀에게 몰입이 되는 이유는 한승연이 가진 치열함 때문이다. 카라의 성공, 즉 자신의 성공을 위해 각종 예능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으로 대표되는 그녀의 치열함은 그녀의 커리어를 관통하는 코드이다.

    한승연은 그룹 내의 포지션에서도 역동적인 변화를 겪었다. 데뷔 초창기만 하더라도 한승연은 다른 멤버들에게 나눠주고 남은 것 같은 분량의 보컬이나 랩을 소화하던, 전형적인 비주얼 멤버의 역할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꾸준한 노력으로 메인 보컬의 자리를 꿰찬다. 물론 기존의 메인 보컬이었던 박규리가 성대 결절로 인해 조심해야 했기 때문도 있지만, 어쨌든 한승연은 메인 보컬 자리의 공백을 메꿀 정도로 늘어난 실력을 보여준다.

    연기자로서의 커리어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승연은 2013년 SBS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 숙빈 최씨의 역할로 캐스팅되며 본격적인 연기자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한다. 여기서 한승연은 시종일관 알 수 없는 표정과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 해석으로 드라마 전체와 겉돌며 존재감을 뽐내는 특이한 연기를 선보인다. 당연히 여론의 반응도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이후 웹드라마 '여자만화구두', MBC 주말 연속극 '왔다! 장보리' 등에 출연하며 경험을 쌓았고, 카라의 잠정적 활동 중단 이후의 첫 행보인 JTBC 드라마 '청춘시대'에서 자연스러운 연기로 여론을 반전시키는 데에 성공한다. 

    부족한 모습으로 시작해서 차차 발전하며 괜찮은 수준의 실력을 선보이는 것에 대해 "능력도 없고 준비도 안 된 애들을 마구잡이로 데뷔시킨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지만, 덕후의 입장에선 오히려 그런 모습이 빠져나갈 수 없는 개미지옥이 되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만족감과 기특함을 느끼며 점점 더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한승연의 덕후로 10년을 살며 그 과정을 꾸준히 지켜 본 나로서는 이제 도저히 그녀에게서 빠져나갈 도리가 없다.

    돌이켜보면 직캠의 존재도, 움짤의 소중함도, 팬미팅의 즐거움도, 공개 방송의 현장감도 모두 가수 한승연의 팬으로 살아가며 처음 알게 된 것들이다. 그러니 한승연의 팬이 되면서 내 삶이 바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카라의 소속사인 DSP 미디어와의 계약 만료 이후 연기자들이 주로 속한 매니지먼트사와 계약하면서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그녀의 모습을 최근 들어 보기 힘들어졌다는 점은 많이 아쉽지만, 앞으로 펼쳐 나갈 미래에도 영원히 나의 아이돌임은 변치 않을 것이다. 여기까지가 나의 첫 번째 불멸의 아이돌, 한승연에 대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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