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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멸의 아이돌 #3 : 케이(Kei) of 러블리즈(Lovelyz)
    Feature/불멸의 아이돌 2017. 6. 21.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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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의

    '불멸의 아이돌'은 저에게 있어서는 영원할 아이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종종 객관적일 수 있으나 가급적 주관적일 것입니다. ;P

    흔히 '덕통사고'라고 표현되는 입덕의 순간은 마치 예비군 소집일 안내 문자처럼, 혹은 올리브영의 세일처럼 예고없이 갑자기 찾아오기 마련이다. 어떤 연예인 혹은 캐릭터의 팬으로서 살아 온 경험이 있는 사람이 또 다른 존재에게 입덕의 순간을 맞이한다면 일단은 현실 부정부터 하게 된다. 덕후로서의 지난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또 다시 그 짓을 반복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 몸을 떠는 것이다. 하지만 부정하려 할수록 머리 속은 더욱 그 존재에 대한 생각으로 벗어날 수 없게 되고 결국 현실을 순응하며 또 하나의 최애를 쌓아간다. 뭐, 나만 그런가?

    아무튼 시나브로 마음 속에 들어와 어느새 자리를 잡는 존재가 있는가하면 어느 짧은 순간에 심장을 때려버리는 강렬한 느낌을 주며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는 존재가 있다. 오늘 얘기할 러블리즈(Lovelyz)의 케이(Kei)는 나에겐 후자의 경우이다.

    나쁜 의미로 시끄러웠던 러블리즈의 데뷔를 잊을 수는 없지만, 나에게 그 이슈는 러블리즈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러블리즈는 자연스럽게 관심의 바깥으로 밀려나 있었다. 특별히 덧붙일 말도 별로 없다. 정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러블리즈가 우여곡절 끝에 8명의 멤버가 모두 참여한 완전체로 컴백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순간 호기심이 일었다. '아츄(Ah-Choo)'라는 노래 제목은 왠지 발음하기에 별로라는 느낌이 들었지만, 일단 뮤직비디오를 보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순간은 찾아 왔다.

    '아츄(Ah-Choo)'의 뮤직비디오에서 좋은 노래와 함께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멤버들을 보며 "꽤 괜찮은데?"라고 생각하는 와중에, 캐비넷 안에 들어간 케이가 눈을 치켜 뜨는 순간 세상은 멈췄다. 아마 그 순간만큼은 지구의 자전도 잠시 멈췄던 것 같다. 이유는 잘 알지 못한다. 그저 좋았을 뿐이다. 프로 네티즌으로 살아 온 지난 세월은 헛되지 않았다. 검색을 통해 금세 '케이(Kei)'라는 이름을 가진 멤버임을 알 수 있었다. '이름도 어떻게 이렇게 잘 어울릴까'하고 잠시 감탄하기도 했다.

    카메라나 마이크를 통해 전달되는 아이돌의 이미지는 판타지다. 아이돌 가수와 기획사는 팬들이 원하는, 정확히는 원할 거라고 예상하는 이미지를 가공해 내놓는다. 그리고 아이돌 가수의 덕질이란 건 바로 그 이미지를 소비하는, 대체로 '알면서도 속아주는 행위'에 가깝다. 물론 아이돌 가수가 기계는 아니기 때문에 그들이 제공하는 이미지에는 자연인으로서의 본인의 습성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부분들은 대부분 '인간적인 매력'같은 것으로 승화된다.

    하지만 묘하게 케이에게는 그런 부분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손짓 하나, 말 한 마디까지 모두 판타지로서 존재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그것은 케이가 선보이는 이미지 너머에 있는 그 무언가에 관심을 가지고 싶지 않을 만큼 만족스러운 판타지이다. 이를테면 스스로를 "러블리즈의 꽃"이라고 말하거나,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린다."같은 발언을 할 때, 위화감이 매우 적게 느껴지는 묘한 기분이 드는 순간들이 그렇다. 때문에 나는 케이의 인간적인 면모를 파헤치려는 불순한 행위를 중단하고 케이가 제공하는 판타지에 더욱 철저하게 속는 길을 선택했다. 이 사람은 아이돌이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닐까 하는 경외심을 느끼면서 말이다.

    케이에겐 장점이 많다. 다소 허스키한 보이스를 지닌 러블리즈의 다른 보컬 라인 멤버들에 비해 맑고 영롱한 느낌을 주는 목소리가 일단 귀를 사로 잡는다. 종종 드라마 OST를 통해 발표되는 그녀의 솔로곡은 그녀의 목소리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주는 좋은 생명수이다. 무대에서 가녀린 몸으로 춤을 출 때 '난 정말 혼신의 힘을 다 해 춤을 춰.'라고 말하는 듯한 몸짓 역시 인상적이다. 러블리즈의 무대를 보고 "여기선 케이가 가장 '아이도루'네."라고 말하던 친구의 말이 내가 주절주절 떠드는 것보다 더 명료한 메시지를 전달하리라 생각한다. '방송에서 시키는 애교'가 함의하고 있는 권력 관계의 구시대성과 폭력성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케이가 할 때는 잠시 그런 생각을 접어두게 되는 점도 케이만이 가진 마력이다.

    그리고 종종 케이는 러블리즈 그 자체로 느껴지기도 한다. 러블리즈의 다른 멤버의 팬이라면 당연히 동의할 수 없는 말이겠지만 적어도 나에겐 그렇다. 이것이 러블리즈라는 팀의 이미지를 케이가 가장 잘 체화했다고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가진 케이의 이미지가 뇌내에서 러블리즈의 것으로 확장되는 것인지는 알기 어렵지만 나는 그렇게 느낄 때가 많다. 판타지라는 말로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아이돌로서의 정체성이 가장 견고한 걸그룹이 바로 러블리즈라고 생각하고, 그 중 으뜸은 케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판타지가 깨질까봐 딱히 두렵거나 하지는 않다. 그 때는 또 그 때의 케이가 나름대로의 새로운 세상을 보여줄 것이다. 나는 그 때도 철저하게 케이의 편에 설 것을 다짐한다. 오늘 밤에도 아츄 뮤직비디오가 바람에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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