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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한당(넋업샨, 나찰, 피타입, MC 메타) '불한당가'
    Review/[Music] Single 2017. 4. 18.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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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필레이션 앨범 [절충 Vol.3 : 불한당들의 진입과 전투] 수록곡

    2013년 5월 31일 발매

    국악을 현대 음악 장르에 접목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있어 왔고, 힙합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 작업을 가장 꾸준히 해온 뮤지션은 원썬(One Sun)이다. '쇼미더머니 5'에 출연해서 독특한 랩을 선보이며 심사위원들을 설득하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국악을 힙합에 접목시키는 데에는 꾸준히 진정성을 가지고 시도해 왔다. 하지만 그러한 시도를 꼭 원썬 혼자서만 한 것은 아니다. 힙합이라는 장르 자체가 샘플링(Sampling : 기존의 음원에서 소리를 추출해 곡을 만드는 방식)이라는 작법을 통해 태어났기 때문에 애초에 하이브리드나 크로스 오버라고 부를 만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서인지, 그 레퍼런스를 국악으로 삼는 음악들은 종종 있어 왔다.

    그러나 사실 음악을 듣는 사람들을 충분히 설득할 만한 결과물은 보기 드물었다. 힙합에 국악을 섞는 시도를 할 때 무언가 '한국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인지는 몰라도 어정쩡한 결과물들이 나오기 일수였고, 어느 순간부터 외래의 음악인 힙합을 굳이 국악과 접목시키려는 강박이 촌스러운 것으로 여겨졌는지 이러한 시도들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였다. 결국 시도에만 의의가 있고 높은 완성도를 선보이지 못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런 시도들은 도태된 셈이다.

    다만 '불한당가'는 국악을 힙합에 접목시키는 데에 있어서 그 동안의 시도들과는 수준이 다른 차원의 결과물이다. 이 곡의 프로듀서인인 킵루츠(Keeproots)는 '적벽가'의 한 구절을 샘플링해 후렴으로 차용하고, 곳곳에 판소리의 추임새를 집어 넣으며 한국 고유의 북소리를 드럼 사운드처럼 활용하여 그 자체만으로 힙합이라 부를 만한 음악을 만들어 냈다. '국악스러워야 한다'는 집착에서 벗어나 국악의 소리 자체를 힙합의 방식으로 접근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드럼, 건반, 기타 등 현대적인 악기들이 점차 추가되면서 곡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이 악기들이 국악에서 샘플링한 사운드와 어우러지며 강렬한 화학작용을 발생시킨다.

    랩 퍼포먼스 역시 매우 인상적이다. 판소리의 어투를 일부 차용해 빽빽하게 가사를 채워 넣은 넋업샨의 랩과 박자를 밀고 당기며 독특한 플로우를 만들어내는 나찰의 랩이 지나고 나면, 의미가 있는 언어라기보다는 주술사의 주문 같은 라임을 무차별적으로 쏟아내는 피타입의 랩이 절정을 찍는다. 한 차례의 소강기를 지나 점점 강렬해지는 편곡에 맞추어 상승곡선을 그리며 곡을 마무리하는 MC 메타의 랩은 완벽한 마침표라 할 수 있다.

    한국 힙합 씬에서 베테랑 중에 베테랑이라 할 수 있는 뮤지션들이 모여 만든 '불한당가'는 국악과 크로스 오버를 시도한 힙합 곡이라는 측면에서 뿐 아니라 그 어떤 힙합 곡과 견주어도 완성도에서 결코 부족함이 없는 곡이다. 이 방식이 무조건 정답이라 말하기는 어렵고, 국악의 관점에서 봤을 때도 이것이 좋은 결과물일지는 알 수 없지만, 힙합의 측면에서 봤을 때는 매우 뛰어난 트랙이라 장담할 수 있다. 다소 키치한 측면이 있는 뮤직비디오와 함께 감상해 보는 것도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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