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C 메타 피쳐링 FAVORITE 5Feature/FAVORITE 5 2017. 3. 28. 16:51반응형
Intro
MC 메타와 나찰로 이루어진 가리온은 한국 힙합의 상징같은 존재이다. 언더그라운드랄 것도 없던 힙합 불모지에서 수많은 뮤지션들이 활동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었고,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며 실력면에서 갓 데뷔한 신인들에게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결성 20년이 다 되어가는 기간 동안 정규 앨범은 2장 뿐이라는 것.
하지만 그동안 꾸준히 다른 뮤지션들의 앨범에 피쳐링으로 참여하며 두고두고 회자될 명곡들을 많이 배출하기도 했다. 이 중 상대적으로 활동이 저조했던 나찰보다는 MC 메타가 홀로 피쳐링에 참여했던 트랙들 중 가장 좋았던 곡들을 꼽아보고자 한다. 한 때 'MC 메타 피쳐링 모음집'이라는 컨셉의 앨범이 추진될 정도로 다수의 곡에 뛰어난 랩을 선사했던 MC 메타의 결과물들을 하나씩 짚어보며 5년째 곧 나올 예정이라고 말하는 가리온의 3집을 기다리다 지쳐가는 마음을 달래본다.1. 바이러스 - Take me there(feat. MC META, SKEZ)현재는 이루펀트의 멤버이자 다양한 프로젝트 앨범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마이노스(Minos)의 뿌리, 바이러스는 2003년 발매된 첫 ep앨범부터 상당한 화제를 모았다. 대한민국에 사는 일상적인 20대 초반 남성의 삶을 이야기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풀어 놓은 이 앨범은 한국 힙합 가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소개하는 'Take me there' 역시 바이러스의 두 멤버, 마이노스와 메카는 일상적 언어로 초심에 대한 생각을 풀어놓는다.
이들의 랩이 끝나고 등장한 MC 메타는 앞의 두 래퍼에 비해 추상적이고 시적인 접근 방식으로 초심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 놓지만, 이는 오히려 갓 데뷔한 풋풋했던 바이러스의 멤버들과 대비되는 관록이 빛나는 가사로서 곡의 마무리를 책임지는 역할을 한다. 16마디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리듬을 타며 라임을 쏟아 내는데, 이미 2003년에 이 정도 수준으로 한국어 랩을 만들어 냈다는 사실은 지금 들어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2. DJ SON - DKY (feat.MC META)
DJ Son의 첫 앨범 [The Abstruse Theory]는 당시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실험적인 사운드로 가득한 앨범이었다. 소울과 펑크, 재즈같은 흑인 음악을 기본으로 하여 샘플링 과정을 통해 만들어 낸 비트가 언더그라운드 내에서도 주류를 이루던 시절 DJ Son의 등장은 씬 안에서 나름의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프로듀싱을 전담한 DJ Son을 대신해 목소리로 참여한 래퍼들은 MC 메타, MC 성천, 윔피 등이 있는데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트랙은 역시 MC 메타가 참여한 'DKY'이다.
시 낭송을 하듯 랩을 시작한 MC 메타는 특유의 강렬한 톤과 추상적인 가사로 DJ Son의 실험적 사운드와 매우 잘 어울리는 랩을 선사한다. MC 메타의 목소리는 각종 음향 효과가 적용되어 곡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특히 후반부에 몰아치는 드럼 라인과 함께 같은 가사를 주문을 외듯 반복하는 부분은 어떤 곡에 랩을 하더라도 그에 어울리는 플로우를 해내고야 마는 MC 메타의 능력이 빛을 발한다고 할 수 있다.
3. 45RPM - 생각의 소리(Feat. MC META)2005년에 발매된 45RPM의 첫 앨범은 당시 YG 엔터테인먼트에서 언더그라운드 뮤지션 육성을 위해 설립한 YG 언더그라운드에서 발매되었다. 45RPM의 첫 앨범 [Old Rookie]는 프로듀싱에서는 분명히 인상적인 지점이 존재하는 앨범이다. 한국의 고전 가요들을 샘플링하는 등 여타의 앨범들보다 '한국적 힙합'이라고 부를 만한 바이브를 가진 트랙들이 다수 포진해 있었다. 세 멤버의 랩은 사실 완성도 면에서는 아쉬움이 크지만, 그래도 특유의 긍정적 분위기로 가득한 앨범이다.
앨범 자켓에 표시된 트랙이 다 끝나고 나면 33번과 45번에 히든 트랙이 숨겨져 있다. 이중 33번 트랙에 수록된 '생각의 소리'에 피쳐링으로 참여한 MC 메타의 랩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벌스이다. '리기동', '즐거운 생활' 등 45RPM 특유의 발랄한 트랙들과 대비되는 비장한 현악 샘플 위로, 마찬가지로 비장하며 거친 톤의 MC 메타의 랩은 처음부터 한몸인 듯 매우 잘 어울린다. 인상적인 랩 퍼포먼스의 부재가 아쉬웠던 앨범의 마무리에 실린 MC 메타의 랩이 이 앨범에서는 물론 MC 메타의 커리어에서도 가장 강렬한 순간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4. The Quiett - 진흙 속에서 피는 꽃(feat. Kebee, MC META)더 콰이엇의 3번째 정규 앨범 'The Real me'에 수록된 '진흙 속에서 피는 꽃'은 2007년에 가장 빛나는 트랙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메이저에서 활동하던 힙합 뮤지션들은 점차 자리를 잡아 가고 있었고, 언더그라운드 씬에서도 수가 뻔히 보이는 상업적인 곡으로 대중적 성공을 꾀하거나, 기존의 스타일을 버리고 메이저 진출을 시도하는 등 규모가 커진 만큼의 득과 실이 본격적으로 씬에 등장해 혼란이 시작되던 시기였다. 그 시기에 언더그라운드에서 가장 인정받고 유명세를 떨치던 더 콰이엇이 언더그라운드에 대한 찬가를 바친 것은 나름의 함의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의도는 MC 메타의 벌스에서 조금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돈과 성공을 좇으며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언더그라운드라는 이름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던 누군가들에게 보내는 MC 메타의 직설적인 메시지는, 그가 한국 힙합 씬에서 단지 경력이 오래되었기 때문만 아니라 그 누구보다 언더그라운드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 날카롭게 다가온다. '하나 둘 셋'하며 수를 세며 어디까지나 음악 하나만 바라보겠다고 다짐하는 듯한 랩 역시 매우 인상적이다.
여담으로 두번째 벌스를 맡은 더 콰이엇의 가사가 MC 메타에게 보내는 헌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MC 메타를 뮤지션으로서 존경하고 있는 더 콰이엇의 당시 심경이 가사에 멋지게 표현되었다.
5. 허클베리피 - 무언가(無言歌) (feat. Ignito, MC META)
허클베리피의 '무언가(無言歌)' 역시 위에 소개한 '진흙 속에서 피는 꽃'과 일맥상통하는 맥락을 지니고 있다. 상업적 가치를 우선으로 하는 음악씬에 대한 날카로운 일갈이자, 그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위치를 견고하게 지키겠다는 다짐을 담고 있다. 별다른 악기 없이 타악기로만 이루어진 트랙 위에서 자신의 입장을 선언하는 듯 랩을 이끌어가는 허클베리피와 이그니토의 벌스 역시 멋지지만,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것은 역시 MC 메타이다.
어찌보면 '진흙 속에서 피는 꽃'과 동일한 주제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진흙 속에서 피는 꽃'이 안타까움을 뱉으며 자신에게 거는 주문같은 뉘앙스를 품고 있다면, '무언가'에서의 랩은 훨씬 더 직설적이다. 비속어가 수차례 등장할 뿐 아니라 톤 역시 굉장히 날이 서 있다. MC 메타의 가사와 목소리에는 분노가 서려 있으며 그가 바라보는 씬의 모습이 어떠한지 청각적 감흥만으로도 충분히 전달되는 듯하다. 모든 벌스의 마지막이 '우린 누군가에겐 꽉 막힌 꼰대'라고 끝나지만, 특히 MC 메타의 벌스가 끝나며 뱉는 이 마지막 구절은 앞의 두 래퍼와는 다른 울림을 지니고 있다. 변질되어 가는 씬과 음악인들에 대한 일갈은 매우 날카롭고도 묵직하게 귀에 내려 꽂힌다. 이 역시 MC 메타라는 뮤지션이기에 줄 수 있는 감흥 아닐까.
반응형'Feature > FAVORITE 5'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하 노래 FAVORITE 5 (0) 2017.04.04 카라의 숨은 명곡 FAVORITE 5 (0) 2017.03.29 더 잘 되지 못해 아쉬운 걸그룹 노래 FAVORITE 5 (0) 2017.03.24 월간 윤종신 FAVORITE 5 (0) 2017.03.20 한국 힙합 단체곡 FAVORITE 5 (0) 2017.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