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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의도 봄꽃 축제를 갔다 오다!
    Life 2017. 4. 2.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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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4월 1일을 나는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며칠 동안 하늘을 가리던 탁한 미세먼지가 걷히고 정말 오랜만에 맑은 하늘이 우리를 향해 열려 있던 날이다. 이런 날 집에 있는 것은 왠지 너무 손해보는 기분이 들어서 혼자 여의도에 갔다.

    정말 이런 색깔의 하늘을 본 게 얼마만이야를 계속 중얼거리며 여의도를 한 바퀴 돌기 시작했다. 매년 벚꽃을 보러 꼬박꼬박 가던 그 여의도 주변 길을 따라 쭉 걷고 있었다. 벚꽃들은 당연하게도 아직 피지 않았고 울긋불긋 봉오리가 터질락말락하며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예상치도 못하게 마주친 것은 바로

    여의도 봄꽃 축제 행사장이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당황스러웠다. 여의도 봄꽃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벚꽃은 아직 피지 않았는데 이미 국회의사당 뒷길은 도로를 통제하고 축제를 시작했다. 주말이고 날씨도 좋았지만 아직 벚꽃이 피지 않았음을 모두 알고 있기에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몇 년전부터 3~4월의 기후가 일정치 않으면서 벚꽃 개화시기를 맞추는 데에 애로사항이 있었던 점을 알고 있다. 몇 년전에는 아직 축제를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이미 벚꽃이 만개하여 차량 통제가 전혀 되지 않은 좁은 인도로 사람들이 줄지어 지나 갔던 적도 있었다. 이번에는 제발 축제가 끝나기 전에 벚꽃이 활짝 피기를 바라본다.

    계속 강조하지만 벚꽃은 아직 피지 않았기에 축제는 뭔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왜 모였는지 목적 따위 잊고 그냥 모였으니 신나게 놀아보자는 느낌같은 느낌이었다. 아직은 가지 뿐인 나무들 사이로 에뛰드 하우스에서 벚꽃 메이크업을 해주는 부스가 왠지 애를 쓰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나무에는 벚꽃이 없지만 벚꽃 메이크업을 한 사람들이 지나갔다. 이것은 무엇을 위한 축제이던가

    사진에 잘 보이지 않지만 이분은 불이 붙은 곤봉으로 저글링을 하고 계시는 중이다. 볼을 빨갛게 칠하신 것은 벚꽃 메이크업의 일환이 아닐까 의심해보았다. 봄꽃 축제에 꽃은 없었지만 볼거리가 풍성했다. 무대 위에서 공연을 준비하는 분들도 계셨고, 추억의 교복을 대여해주는 곳, 롤러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곳 등 나름 즐길거리도 풍성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아직 봄꽃 축제에서 꽃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봄꽃 없는 봄꽃 축제에 초청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점은 기존의 행사 부스에서 본 적 없던 영화나 애니메이션 컨텐츠들의 홍보부스가 따로 존재했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이는 축제에서 그런 류의 컨텐츠를 홍보한다는 발상 자체가 신선하다고 느껴졌다. 카툰 네트워크에서만 보던 캐릭터들이 실사로 눈앞에서 돌아다니는데 줄이 너무 길어서 사진은 찍지 못했다. 물론 특유의 귀여운 외향으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인기 폭발이었다.

    이것이 봄꽃 축제에서 30분만에 처음 맞이 한 벚꽃이었다. 길 옆 언덕에 홀로 외로이 피어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가까이서 벚꽃을 본 게 어디인가. 나는 봄꽃 축제를 즐겼다.

    혼자 와서 터벅터벅 걸어다니니 여기저기서 사진 찍어달라는 부탁을 참 많이 받았다는 점도 기억에 남는다. 꼭 누군가에게 부탁하지 않아도 되도록 자원봉사자들이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대신 찍어주는 듯도 했다. 뭔가 여러 면에서 행사가 점차 진화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었다. 물론 꽃을 보기 어려웠다는 점은 제외하고 말이다.

    물론 벚꽃을 보자거나 봄꽃 축제를 가자거나 하는 목적이 아니라 그냥 맑은 하늘을 보고 미세먼지 없는 공기를 잔뜩 마시자는 각오로 나왔기 때문에 아쉬움같은 것은 없다. 살면서 꽃이 피지 않은 꽃 축제를 가는 경험을 몇 번이나 해볼 수 있을까. 아무튼 또 맑은 하늘이 다행히도 봄꽃 축제가 끝나기 전에 다시 돌아와서 파란 하늘 아래서 벚꽃 구경이나 실컷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오늘 찍은 하늘 사진이나 한 장 더 추가하고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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