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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학 '명왕성'
    Review/[Music] Single 2017. 4. 15.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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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싱글 '명왕성'

    2016년 2월 29일 발매

    프로듀서 겸 보컬 김박첼라와 래퍼 아날로그 소년은 과거 BRS 레코드의 멤버로 함께 활동했고, BRS 레코드가 해체된 뒤에도 캐러밴 유니온(Caravan Union)이라는 크루에 함께 하며 꾸준히 음악적인 교류를 해왔다. 따라서 이 두 사람이 '종이학'이라는 팀을 결성한 것은 팀 이름이 다소 생경한 점을 제외하면 그다지 놀라운 소식은 아니었다. 다만 두 사람이 그동안 서로 많이 협업을 해왔기 때문에 종이학의 음악이 이전의 합작들과 색다른 지점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굳이 팀까지 결성했어야 했는가하는 의문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종이학의 첫 작업물인 싱글 '대설주의보'는 사랑하는 사람을 눈과 추위로 비유한 멋드러진 노래였다. 가사에 크게 심혈을 기울이지 않는 성향이 점점 짙어져 가는 힙합씬에서 문학적 은유로 점철된 가사는 나름의 가치를 갖기에 충분했고, 김박첼라의 곡 역시 심플하면서도 매력적이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소시민 청년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담아내던 아날로그 소년의 솔로 앨범들과도 다른 맥락이고, 록 음악과 힙합의 경계에 서있던 김박첼라의 음악 스타일과도 맥락이 다른, 종이학만의 정체성을 위해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잘 드러나 있는 곡이었다.

    연이어 발매된 두번째 싱글 '명왕성' 역시 이 맥락에서 이해가능한 음악이다. 김박첼라는 다른 프로듀서들과 다르게 기타를 중점적으로 활용하여 곡을 쓴다고 알려져 있는데, '명왕성'은 그러한 김박첼라의 작법이 가지는 매력이 한껏 드러나 있는 곡이다. 다양한 기타 사운드가 겹겹이 쌓이며 만들어 내는 분위기는 애상적이고 쓸쓸한 분위기를 가득 머금고 있다. 그 위에 태양계에서 탈락한 명왕성의 이야기를 활용해 사랑하는 사람을 태양에, 자신을 명왕성에 비유하며 태양 곁을 맴도는 것만이라도 허락받고 싶어하는 마음을 담은 가사 역시 꽤 매력적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구에, 자신을 달에 비유한 러블리즈의 'Destiny(나의 지구)'와도 비슷한 맥락이 보이는 점도 흥미롭다.

    김박첼라의 보컬이나 아날로그 소년의 랩이 기술적으로 매우 뛰어난 점을 가지고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자신들의 목소리가 가진 매력을 잘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컨셉을 잡고 그것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두 뮤지션의 노련함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다소 투박한 느낌을 가지고 있던 두 뮤지션이 팀을 이루면서 나름의 세련된 맛을 살리다는 점도 다소 의외이며 놀라운 점이기도 하다. 2016년 10월에 발매된 이들의 정규 앨범인 [종이학개론] 역시 '대설주의보'나 '명왕성'처럼 매력적인 곡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기에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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